국회도 일해라! 저작권 관련 대기중인 법안 살펴보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콘텐츠 불법유통 근절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죠. '실용정부'를 추구하는 이번 정부의 기조에 맞게 법과 제도도 개선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읍니다.
법안을 만들 때에는 일단 국회의원 또는 정부가 발의하고, 상임위 회의를 거치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본회의에 올라와야 합니다. 본회의에 올라가면 우리가 아는 '그 전광판'에 투표 결과가 나오게 되죠. 이 투표에서 과반 이상 출석, 과반 이상 찬성을 달성하면 법안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공포됩니다.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상정되어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비롯한 법률을 살펴봤습니다. 아직 본회의에 올라오지 못하고, 상임위 심의를 거치고 있는 법안들입니다.
*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
일단 저작권 침해 범죄 관련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액의 각 3-5배 범위로 증액하는 법안이 국민의힘 진종오, 강대식 의원 발의로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 침해 범죄는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액이 아닌 범죄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데요. 이렇게 개정되면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고, 법원에서 인정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이 정해지게 됩니다. 실제로 오케이툰 운영자는 1심에서 징역 3년, 추징금 7억원을 구형받은 바 있는데요. 만약 이 법안이 진작 마련되어 있었다면 업계 추산 피해액 494억원의 3~5배인 1,500억원에서 2,5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금을 민사로 청구받게 됩니다.
이는 소위 '징벌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법안으로, 법원의 지급명령이 있는데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재산 압류, 추심 및 경매 등의 방식으로 경제활동이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실질적 피해회복은 어렵다는 점이 있어 이 지점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차후 과제입니다.
* 형사처벌 강화, 특허권에 준하도록
또한 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저작권법 위반의 형사처벌 수위를 현행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특허권 침해 수준인 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동안 저작권 위반 형사처벌 강화는 웹툰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누누티비 등을 공동으로 운영한 '오케이툰' 운영자는 3년형에 그쳐 역대 최다 형량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형량 강화를 먼저 하고, 출판 기준으로 짜여져 있는 저작권법의 온라인 침해와 관련한 심각성을 판사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추가 법개정도 필요하다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의 입장입니다. 이런 콘텐츠 불법유통이 단순히 '콘텐츠 도둑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산업 자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로 인해 폐기되었습니다.
그 동안 주요 웹툰업체들의 영업이익은 감소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위기가 온 측면이 가장 크지만,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법웹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콘텐츠 유료 판매는 물론 광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측면이 큽니다. 7개 웹툰 운영사가 모인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웹대협)에서는 국내 불법웹툰 유통 범죄 피해가 전체 시장의 20% 수준인 4,465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웹대협 관계자는 "불법유통은 단순히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 생태계 기반을 파괴하는 중범죄"라며 "지속적 콘텐츠 산업 성장을 위해서라도 엄중한 입법 조치와 함께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범죄의 연결고리를 막아라
뿐만 아니라 저작권침해 범죄가 문제시되는 지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여러 범죄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건데요. 재산권 침해 역시 큰 범죄지만,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큰 반사회적 범죄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받습니다. 실제로 불법웹툰 유통범들의 범죄수익은 불법 도박, 성매매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이들 범죄는 마약 등 3차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웹툰의 경우 청소년들이 주요 타깃이 되어 청소년 도박문제와 마약문제 등 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콘텐츠를 주요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개정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정치권의 의지겠죠. 지난 수년간 국제공조체계를 확립하고, 저작권 특별사법경찰(특사경)등을 운영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행정적 효과가 더 확실해질 수 있도록 법제화를 통한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게 주요 부처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조직범죄 요건을 변경하고, 연계된 범죄들의 고리를 확실하게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 단일 범죄로만 보았는데, 여러 범죄로 연결되는 디지털 시대의 범죄에 맞는 새로운 처벌규정을 논의하고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요구들이 모여 하나씩 법안이 개정되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행정부가 '일하는 정부'를 표방한 만큼, 일단 국회도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걸 위해선 '왜 일 안하냐'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해달라'고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이 먼저겠죠. 일단 발의된 법안들, 통과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