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유족에게 4천만원 배상하라... 2심, 1심 뒤집었다
이우영 작가가 그림을 맡은 ⟨검정고무신⟩ 단행본 (출처=대원씨아이)
형설퍼블리싱과 스토리를 맡은 이영일씨, 형설앤 등과 故이우영 작가의 유족이 소송을 진행중이었는데요. 법원이 2심 재판에서 지난 1심 판결을 뒤집고 "장진혁 형설퍼블리싱 대표, 형설앤은 유족에게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4부는 손해배상 판결과 함께 "이 씨와 출판사가 맺은 계약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한데 이어 "출판사(형설퍼블리싱, 형설앤)이 ⟨검정고무신⟩의 캐릭터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명령했습니다.
지난 2008년, 인기 만화였던 ⟨검정고무신⟩이 애니메이션화가 되면서 캐릭터 사업화를 위해 장진혁 대표와 형설퍼블리싱 그룹 산하에서 캐릭터사업을 담당하는 형설앤과 세 차례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스토리 작가였던 이영일씨도 참여했는데요.
이후 문제가 된 3차 사업권 설정계약에서 분쟁이 생겼습니다. 이 당시 사업권에는 '⟨검정고무신⟩ 원저작물 및 그에 파생된 모든 이차적 사업권'이 포함되었고, 계약기간도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작성한 1, 2차 사업권 설정계약에서는 5년의 기한을 한정했지만, 세번째 계약서에서는 무기한으로 변경한 겁니다.
이우영 작가는 저작권 일부를 장 대표에게 양도했지만,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계약 자체를 무효화 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형설퍼블리싱과 형설앤에선 "⟨검정고무신⟩관련 모든 창작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게 되어 있다"는 계약서를 어겼다며 2019년 11월 2억 8천만원 상당의 손배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우영 작가 역시 2020년 7월 맞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이 길어지면서 이우영 작가는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2023년 3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난 2023년 11월 1심에서는 출판사와 이우영 작가가 맺은 계약이 유효하다면서 7,4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때 장진혁 대표측에서 당시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이우영 작가의 딸에게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또한 판결 자체도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저작권위원회에서 원 저작자인 이우영 작가에게 권리가 있다며 첫번째 직권말소제도 활용사례가 나온 것이 2023년 8월인데, 행정적으로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뒤집는 결정을 법원이 내리게 된 겁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에서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판사들의 저작권 인식, 특히 저작권 계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생긴 변화를 기대하게 되네요. 계약에서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합리적인 선에서 지나치게 한쪽에 불리한 계약이 설정되었다면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법원에서 주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다시한번 이우영 작가님의 명복과 안녕을 빌고,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판결이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