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돈 늘고, 머무는 시간 늘고... "2025 콘텐츠 이용행태" 보고서 살펴보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국내 모든 콘텐츠 분야의 이용행태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조사는 2024년을 기준으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구분포에 맞춘 대한민국 국민 6,55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사실 이런 데이터는 한 점이 아니라 작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 맛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가장 먼저 전체 모수 대비 만화 이용자의 비율은 19.1%에서 19.9%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흔히 웹툰 이용자를 천만명이라고 계산했을 때 대략 우리나라 국민 5명중 1명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여기에 맞아떨어지는 비율입니다. 지난 수년간 20%를 사이에 두고 오차범위 내에서 크게 증가하지도, 크게 감소하지도 않는 추세를 보면 양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적절해 보이네요.
다음은 만화 이용 시간인데, '사람들 만화 안 본다'는 통념과는 달리 주중과 주말 모두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중은 42분에서 44분으로 2분 늘었는데,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인 애니메이션의 주중 소비시간 37분 대비해도 7분가량 긴 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주말은 애니메이션의 소비시간이 3시간으로 나타나긴 했지만요. 어쨌든 웹툰은 우리나라 국민 1/5가량이 주중과 주말 모두 1시간 내외로 소비하는 '일상 속 콘텐츠'가 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쓰는 돈은 어떨까요? 다들 시장이 어렵다고 해서 돈을 안 썼을 줄 알았는데, 적어도 2024년에 웹툰 소비는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 소비한 돈을 물어보니 2024년 조사에서 2,315원으로 낮았지만 2025년 조사에서는 4,083원으로 76.37%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독자의 양은 더이상 늘기 어렵지만, 1인당 소비액이 크게 증가했거나, 또는 적어도 독자들이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달에 최대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묻는 질문에 2024년 조사에선 4,026원으로 나타났지만 2025년 조사에서 5,914원으로 46.9% 증가해 흔히 이야기하는 '볼 것 없다'는 독자들의 말이 사실은 일부의 푸념에 불과하지 않은지 추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출판만화 소비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요. 2024년 조사에서 5,734원을 평균적으로 사용했지만 2025년에는 5,914원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또 최대 지불의사가 있는 금액 역시 11,764원에서 9,997원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출판 소비가 위축된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후에 이용행태를 보면 '단행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네요.

말 나온 김에 이용행태 변화를 보면 먼저 포털 중심의 웹툰 소비가 보다 강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4년 조사에서는 77%였던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웹툰 플랫폼 이용비율이 더 증가해 89.4%를 달성했고, 웹툰 전문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비율은 22.6%에서 18.8%로 3.8%p 하락했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하락한 소비 분야인데, 전문 플랫폼들의 독자가 충성고객화 되고 소위 '고인물 소비'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겠네요.
반면 독자들은 활발하게 읽을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만화를 읽는다는 비율이 2024년 조사 9.1%보다 7.2%p 증가한 16.3%로 나타난 것은 물론, 포스타입 등 오픈마켓에서 만화를 읽는다고 답한 비율이 0.6%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2%로 5배 이상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만화 이용행태 역시 다양해졌는데, 디지털 페이지만화(E북)의 경우 0.7%에서 3%로 늘었고, 단행본 소비 역시 3.1%에서 5.5%로 늘었습니다. 다만 이들 모두 일본 출판만화의 e북버전을 읽고 있어 우리나라 만화 출판사들의 e북 전환이 독자를 모을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지 않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기연재물로 만화를 소비한다고 이야기한 경우도 0.6%에서 1.3%로 증가해 웹툰 전문 플랫폼 소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증가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정기연재물'은 정말로 연재되는 종이잡지를 포함, 신문에 실리는 만화들인데 이걸 이용하는 비율도 늘어났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다만, 포털 플랫폼으로 쏠림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어떻게 경쟁구도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행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는 '만화를 볼 때 어떤 기기를 사용하는지'가 될 수 있겠는데요. 오른쪽 표를 보면 스마트폰 사용 비중은 95.3%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지만, 태블릿 PC가 2.9%에서 19.9%로 무려 17%p 증가하며 2위 기기로 등극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사용 비율 역시 8%에서 16.5%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건 e북 사용이 늘면서 화면이 큰 기기에서 보는 독자들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태블릿의 이용비중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노트북의 이용비중이 함께 높아진 건 웹툰보다 출판의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겠죠.
또 웹툰 이용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4년 조사까지는 꾸준히 몰아보기가 늘어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지만, 몰아보기와 회차별 보기가 모두 감소하고 몰아보기와 회차별 보기의 비중이 비슷하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건 작품마다 다르고, 플랫폼마다 다르다는 응답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들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사라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다른 분야를 살펴보면 OTT의 초강세 속에서 웹툰이 큰 변동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었는데요. 아직 모수는 적지만 e북 독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지만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는 e북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