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부 깨진 "소년점프"의 다음 행보

주간 소년 점프 로고(슈에이샤 제공)
슈에이샤의 간판 잡지, ⟪주간 소년 점프⟫는 기네스북에 오른 잡지입니다. 주간지가 653만부를 발행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가진 잡지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일본에서 통계적 의미를 갖는 인쇄증명부수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래 2017년 200만부 벽이 깨졌고,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6년, 이제 100만부 벽이 깨졌습니다. ⟪주간 소년 점프⟫니까 화제가 되는 거긴 하죠. ⟪주간 소년 점프⟫, 그만큼 이제 '3대 소년만화 잡지' 중에서 100만부를 발행하는 잡지는 단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3대 소년만화 잡지'는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 ⟪주간 소년 매거진⟫(고단샤), ⟪주간 소년 선데이⟫(쇼가쿠간)입니다. 이들의 발행부수는 각각 98.5만, 28.1만, 12만부입니다. '3대'라고는 하지만 격차가 크죠.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 점프⟫마저 100만부가 깨지면, 이제 일본만화가 휘청거리는 걸까요?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 잡지는 매출이 아닌 '무대'

잡지는 매출을 내는 주력 사업분야가 아닙니다. 주간 연재로 작품을 시험하고, 독자 반응을 모으는 '무대'로서의 역할을 하는게 더 크죠. 그만큼 슈에이샤는 철저하고 냉정한 작품 평가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만화 ⟨바쿠만⟩에 등장하는 앙케이트 후 연재종료 통보에서 엿볼 수 있는 그것 말이죠. 그렇게 잡지라는 무대에 투자하고 나면, 회수 구간은 단행본이 처음 만들어냅니다. 연재에서 검증된 작품을 단행본으로 발매하고, 권 단위로 정리해 출판 매출을 만들어내죠. 여기까지가 작가에게 유의미한 수익화가 이뤄지는 첫번째 단계입니다.

그 다음은 애니메이션 제작, 판권 판매, 굿즈(MD)판매가 출판사의 주요 매출원이 됩니다. 애니메이션은 제작위원회 시스템으로 투자를 받아 리스크를 줄이고, 그렇게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은 단행본 판매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죠. 그 다음 게임이나 실사화 등 영상화 판권, 그리고 피규어나 가챠 등 굿즈 판매를 통한 라이선스 수익을 올리는 것이 현재 비즈니스 구조입니다.

실제로 잡지 판매부수는 계속해서 줄었지만, 슈에이샤 매출액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2024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년간 슈에이샤의 매출액은 2,292억엔으로 전년대비 12.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만 194억엔에 달합니다. 이제 잡지라는 무대의 위치가 바뀌고 있는 거죠.

슈에이샤의 자료를 분석한 신분카(Shinbunka)의 분석을 보면 슈에이샤의 매출액은 판권과 굿즈를 담당하는 사업수입이 이끌었습니다. 2024년 대비 35.6%가 증가하면서 출판매출(-1.3%), 광고매출(-5.2%)의 역성장을 커버하고도 남았죠.

* 종이 출판사에서 IP기업으로 전환을 꾀하는 슈에이샤

일본만화는 이미 전자만화가 약 80%를 차지합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일본의 만화시장 역시 출판 중심 시장에서 탈피했습니다. 슈에이샤 역시 종이출판 매출 비중이 48% 수준으로 내려왔고, ⟪소년점프+⟫와 같은 전자잡지, 점프툰과 같은 웹툰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슈에이샤의 주요 매출을 내는 분야는 다름아닌 IP활용인데, ⟨귀멸의 칼날⟩, ⟨원피스⟩, ⟨주술회전⟩등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한 라이선싱 사업이 압도적인 매출액을 내면서 라이선싱 수입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종이책 단행본 판매가 줄면서 작가에게 메리트가 되는 인세 수익이 줄어든다는 건데, 이걸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가장 핵심입니다.

일단 일본은 인구가 줄고, 시장은 변했습니다. 슈에이샤는 이에 발맞춰 빠르게 전자책 시장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이미 회당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소년점프+⟫나 점프툰과 같은 시스템으로 작가에게 직접 수익을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결국 작가가 IP를 만들고, 회사는 IP를 성장시키고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 겁니다.

* 글로벌 확장도 적극적으로

일단 글로벌 판권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넷플릭스와 크런치롤(북미)이 선두에 있고, 만화책 판매로 이어가는게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겁니다. 일단 슈에이샤는 ⟪소년점프+⟫, ⟪망가+⟫를 통해 글로벌 연재를 선보이고 있고, 점프툰은 아예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다'는 기조를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사실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하지만,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체감하기 힘들지만, 글로벌 단계에선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일단 IP는 확실하고, 시스템이 잘 자리만 잡는다면 성공적일테죠.

여기에 맞춰 지난 8월 6일 "망가 밀리언(Manga Million)"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슈에이샤 창립 100주년 테마에 맞춰 100개 이상의 언어로 100만페이지에 달하는 슈에이샤 만화 컬렉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일단 ⟨귀멸의 칼날⟩,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주술회전⟩등 인기 작품은 물론 ⟨킹덤⟩, ⟨최애의 아이⟩, ⟨스파이 패밀리⟩, ⟨체인소 맨⟩과 같은 최근 화제작, ⟨나나⟩, ⟨너에게 닿기를⟩등 400여작품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이 가운데 300작품은 해외에 처음으로 번역되고, 50개 대표작은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영어, 중국어, 힌디어, 아랍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뿐 아니라 튀르키예어, 타갈로그어, 폴란드어와 한국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가 포함됐습니다.

슈에이샤의 하야시 히데아키 대표이사는 "출판사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가 창의적인 인재와 대중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일본 만화는 수많은 만화가의 열정과 예술성을 독자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통해 발전시켜 왔다. 망가 밀리언은 작가들의 협력 덕분에 실현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 협업 경험을 쌓고 이 협업 자산을 바탕으로 앞으로 직접 해외에 만화를 서비스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전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게 읽히네요. 슈에이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과연, 우리는 '망가'의 글로벌 서비스를 어떻게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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