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자동차 주가를 앞질렀다. 물론 일본에서다.

일본 하면 우리야 애니메이션, J-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가 떠오르지만, 산업계에서 보통 '일본'의 주류라고 하면 자동차입니다.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 스바루 등 일본에서 자동차 산업은 굉장히 중요한 카테고리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던 일본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주식을 앞선 주식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주식입니다.

일본 주식시장의 핵심 엔터 기업으로 꼽히는 소니와 닌텐도를 비롯한 핵심 엔터기업 7개사가 올해에만 시가총액 28%를 끌어올리며 57조 2천억엔, 한화 약 541조 4,800억원 증가한 겁니다. 그동안 닛케이지수를 지탱했다고 여겨지는 9개 주요 자동차 기업은 시가총액이 18% 떨어지면서 희비가 엇갈렸는데요, 이렇게 자동차 주식과 엔터주식이 역전된 건 2011년 이후 처음입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의 게임 개발사 넥슨이 상장하면서 잠시 역전했습니다.

제조업, 금융업 등의 상위 9개 기업은 기업 그룹 규모 자체는 더 크지만, 같은 기간 성장률이 제조업 8%, 금융업 2%로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엔터산업의 약진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일본 엔터기업 중 핵심 기업은 단연 닌텐도와 소니입니다.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한 닌텐오는 '스위치 2' 발매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 지난해 7월 17일 이후 시가총액이 6조 7천억엔 증가했습니다. 일본의 모든 기업 중 가장 큰 성장률입니다. 닌텐도 다음으로는 방위비 지출 증가를 기대하며 상승한 미쓰비시중공업의 5조 4천억엔이 차지했습니다.

소니는 콘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강점을 인정받아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4조엔 증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코나미, 반다이남코 홀딩스도 시가총액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엔터주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겁니다.

이들 일본 엔터주들은 1) 미국 관세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2)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실물이 아닌 다운로드 비중이 높아져 물류비가 줄어든 점, 3) 자체 IP를 활용해 제작부터 유통, 2차 확장까지 모두 전담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로 인해 성장 잠재력도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건데요. 결과적으로 '회사가 IP를 직접 홀딩하는' 전략이 산업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적 재산권을 바탕으로 캐릭터 상품 판매, 스트리밍 라이선스 수수료 등 수익 다각화는 물론 히트작이 될 경우 소위 '상방이 뚫린' 업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다만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일본의 콘텐츠가 잘나간다'는 말을 웹툰에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명확하게 말하면 '일본의 콘텐츠 산업'이 잘나가고 있는 것이지, 일본의 창작자들이 잘나가고 있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닌텐도, 산리오, 코나미, 반다이남코 등 모두가 '자체 IP'를 굴리는 기업들입니다.

일본의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일본의 엔터산업은 자동차 산업이 그렇듯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분야로 성장했다"며 "시장 확장이 지속되고 있어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쿨 재팬' 전략을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해 2033년까지 20조엔으로 수출량을 4배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미 일본 반도체와 철강을 넘어선 5조 8천억엔 수준의 수출액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일본의 해외 확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한국 콘텐츠 중에서 웹툰의 강점은 개인 창작자의 창의성 넘치는 작품과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화려하고 탄탄한 작품들일 겁니다. 이들 작품의 활로를 찾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현재의 경직된, 단일화된 구조는 산업 확장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일본의 사례를 보고 나면 너무 자명하게 보이는 것 같네요.

추천 기사
인기 기사